성 베네딕도의 생애는많은 부분에 가려져 있다. 알려진 대로라면 그는 480년 이탈리아의

누르시아에서 태어나 로마에서 학업을 중단하고 수비아꼬의 동굴에서 3년간 은수행활을

하다가 몇몇 수도 형제들과 함께 몬떼까시노에서 수도공동체를 설립했다.

그가 6세기 수도승들의 수도생활을 위해 쓴 '규칙서'는 그후 다른 수도 규칙서들의
 
전범典範이 되었을 뿐 아니라, 거기 담긴 영성과 지혜는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빛이 되기에 넉넉하다.

이 책은 성 베네딕도의 영성과 그의 '규칙서'에대한 참신한 입문서이다.

난해한 신학 이론이 아니라 자은이의 현실적 체험이 서술의 근간을 이루어서인지,

자못 부드럽게 읽힌다.

지은이 에스더 왈 여사가 이책을 쓸 때, 집필을 이유로 면제받은 일상의 노고는 하나도 없었다.

가족 뒷바라지, 집안 일, 대학 강의, 손님맞이 등, 아내로서 어머니로서 지극히 평범하고

분주한 현실을 고스란히 짐진 채 그는 이 책을 반 년만에 다 썼다.

어쪄면 집필 과정 자체가 바로 '베네딕도 규칙서' 정신의 소박한 구현일 수도 있었겠다.

성공회 교구사제인 아버지 덕분에 지은이는 옛 베네딕도회 수도원 유적지였던

교회 사택의 정원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훗날 어른이 되어 '베네딕도 규칙서'를 읽으면서도 왠지 낯설지 않은 친숙함을

느낀건 유년의 추억이 강하게 각인된 까닭인지도 모른다.

지은이에게 "'규칙서'는 개인적 인간관계와 자유의 문제를 진솔하게 해결해 주었으며,
 
정주政住와 변화의 필요성을 깨닫게 해주었고, 균형잡힌 삶의 모형을 보여주었다.

특히 "사람과 사물에 대한 존경과 존중"에 감동받았고, "손님 환대나 재물의

소유 같은 일상의 문제에 대한 성 베네딕도의 통찰력을 높이 평가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술회한다. 따라서 지은이는 "바쁘고 혼란스럽고 피곤한 일상생활을
 
하면서도 하느님을 찾고 있는 나 같은 사람들에게 '규칙서'가 귀한 충고를 하고
 
있다는 확신에서 이 책을 썼"으며, "지난 1,500년 동안 수도 공동체에서 서원을

하고 살아가는 수많은 남녀 수도승들에게 하느님을 발견하는길을 제시했을

뿐만 아니라, 이 세상에서 영세 때의 약속을 지키려고 분투하는 우리 모두에게도

같은 길을 제시해준다"고 말한다.